전통과 혁신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루이뷔통

루이 뷔통(Louis Vuitton), 여행을 좋아하거나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치고 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파리에 본점이 있는 이 회사는 여행용트렁크부터 핸드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방제품은 취급하는 세계적인 고급가방전문회사이다.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이름난 이 회사는 1854년에 설립되었으며, 그 후 1977년까지 전형적인 가족기업으로 운영되어 왔다. 그 때까지 루이 뷔통은 직영점이 두 개 밖에 없었으며, 직영점 이외의 유통경로에서 이루어지는 판매는 대부분 대리점계약을 맺은 업체에게 그냥 맡기다시피 하였다. 그러다가 1977년 그 때까지의 경영전략과 조직을 근본부터 바꾸는 큰 변혁이 일어난다. 먼저 조직면에서는 지주회사인 루이 뷔통 S.A.가 설립되고 그 밑에 제조부문과 파리와 니스의 두 직영점을 관리하는 판매부분이 설치된다. 즉 제조와 판매를 통합하는 이른바 수직통합전략을 채택한다. 또 뷔통집안과 인척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전문 경영인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앙리 라까이에씨가 사장으로 취임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지주회사는 루이뷔통이라는 상표와 회사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뷔통집안에서 경영하기로 하고, 제조부문과 판매부문을 관장하는 자회사는 주식회사로 만들되 전문경영인이 맡아서 운영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전통적인 가족기업 루이뷔통은 비로소 전문경영인이 근대적인 조직과 전략을 갖고 경영하는 현대기업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 회사가 설립후 120년만에 탈바꿈하게 된 배경은 무었인가?  루이 뷔통은 원래 이 회사설립자의 이름이다. 그는 14살에 집을 나가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갖은 고생 끝에 트렁크제조기술을 몸에 익힌다. 그는 이 기술을 무기로 회사를 세운 이후 튼튼하면서도 우아한 여행용트렁크를 생산하여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각국의 상류사회를 매료시켜왔다. 루이 뷔통의 제품은 우선 물건이 좋다. 꼼꼼한 틀바느질하며, 비싼 가죽, 시간이 갈수록 더 멋스러워지는 듯한 디자인, 그리고 수명이 긴 전천후형의 안감 등이 이 회사제품의 진짜 매력이다. 상업을 시작한 19세기 중기 이후 오늘날까지는 그야말로 기술혁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기간동안 운송수단은 마차에서 철도, 기선, 그리고 비행기로 바뀌어 왔다. 루이 뷔통의 역사에서 특이할만한 것은 가족기업인 이 회사가 운송수단의 이러한 변화에 맞춰 그 시대의 고객에 맞는 우아하고 세련된 그러면서도 튼튼한 제품을 꾸준히 개발해왔다는 것이다. 즉 루이 뷔통은 현대적인 의미의 마케팅 전문지식은 부족했을지 몰라도, 처음부터 고객중심의 마케팅철학은 확고히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세기 말부터 쓰기 시작한 L과 V를 배합한 유명한 이 회사의 로고는 루이 뷔통의 상표이미지를 확립하는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리고 2차세계대전 이후 대중들의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자동차나 비행기를 이용해서 가볍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따라서 기존의 대형트렁크보다는 부드러운 감으로 만든 소프트백(soft bag)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루이 뷔통은 1959년 이러한 제품에 맞는 신소재를 발견하고, 그 후 이것을 활용한 소프트백 시리즈를 차례차례 내놓는다.

 소프트백은 트렁크와는 달리 가격면에서나 용도면에서 일반대중도 구미가 당기는 제품이다. 따라서 멋진 디자인에다 기능성과 내구성까지 갖춘  루이 뷔통의 소프트백이 큰 인기를 끈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붐은 먼저 미국에서 일어났으며, 이어 일본에 상륙한다. 일본의 뷔통붐은 정말로 대단한 것이었으며, 물건이 달려 국내에서는 아주 비싸게 주고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많은 일본인들이 너도 나도 프랑스로 날아갔으며, 급기야는 파리의 루이 뷔통 본점앞에 수많은 일본인들이 길게 늘어서는 웃지 못할 사태가 일어난다. 이러한 광경을 본 루이 뷔통의 경영진은 해외시장의 가능성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과, 회사의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는 남에게 맡기기보다는 스스로 나서서 판매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루이 뷔통의 바로 이러한 깨달음이 앞에서 이야기한 1977년의 큰 변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 후 루이 뷔통은 상표이미지를 지키고, 병행수입(parallel import)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그레이마켓(gray market)과 위조품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직영점위주의 판매전략을 전개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국의 지사 또는 지점이 부티크를 통제하며, 직영점이 아닌 경우에는 정규계약을 맺은 점포에서만 루이 뷔통제품을 팔도록 한다. 또한 직영점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루이 뷔통을 파는 점포는 모두 뷔통의 통일된 실내장식과 마케팅방침을 따르도록 한다. 이 전략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제 많은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세계각국의 판매원들을 파리본점에서 교육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루이 뷔통의 경영철학과 마케팅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기 위함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전통적인 가족기업에서 근대적인 우수기업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루이 뷔통은 84년 6월 뉴욕과 파리의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1]). 이것은 트렁크와 백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의 고급여행용품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이 회사의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는 루이 뷔통에게도 고민은 있다.

첫째는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80년대에는 한때 일본을 중심으로 한 극동에서의 매출이 총매출의 44%를 차지하고, 파리본점에서는 일본관광객들의 사가는 액수가 전체의 약 70%였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진한 미국시장에서의 판매액을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각각의 주요시장(미국, 유럽, 극동)이 차지하는 판매비중을 어느 정도 비슷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뷔통과 같은 고급품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차차 고급품으로서의 매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루이 뷔통은 “유행을 초월한 훌륭한 상품을 판다”라고 하는 방침을 세우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셋째, 뷔통의 제품은 늘 고급시장을 겨냥하고 있는데 이 시장은 언젠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다. 그래서 루이 뷔통의 상표이미지와 맞고 본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다각화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 향수, 고급가죽제품 등의 상품이 이 회사의 흥미를 끌 것으로 보인다. 루이 뷔통은  140년 이상이나 고유의 전통을 지키면서 제품과 경영에 대해서는 늘 혁신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는 면에서 매우 재미있는 회사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경영진을 만나보면 루이 뷔통이 아주 젊은 회사인듯한 인상을 받는다고 한다.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튼튼하고 기능적인 제품을 만드는 회사, 상표를 라이센싱하기만 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는데, 그런 일은 안하는 회사, 어디까지나 정통적인 경영만을 고집하는 회사, 전통적이면서 혁신적이고, 화려하면서도 속이 꽉 찬 회사, 그것이 바로 루이 뷔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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