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적극적으로 맞서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841년 헨리 웰즈(Henry Wells)는 미국의 뉴욕주에서 현금과 소포를 배달해주는 사업을 시작한다. 혼자 시작한 이 사업에서 꽤 짭짤한 재미를 본 그는 얼마 안 있어 윌리암  조지 파고(William George Fargo)와 함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라는 운송회사를 설립한다. 1891년 여행자수표(traveller's cheque)를 개발하여 그 후 관광산업에 큰 변혁을 일으킨 회사가 바로 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다. 혁신을 중시하는 이 회사의 전통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1958년에 그 유명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발행하기 시작하여 신용카드업계에 돌풍을 일으킨 바 있는 아멕스(Amex,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준말)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서비스상표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이 회사가 비록 현재 ‘여행을 무척이나 사랑한다’고 하는 좋은 상표이미지를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나날이 더 치열해지는 경쟁속에서 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제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기에 걸쳐 자사의 시장에서의 위치가 약해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즉 전세계의 카드사용액은 85년의 2500억 달러에서 93년에는 약 1조 달러로 늘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아멕스의 시장점유율은 줄곧 떨어졌고, 개인회원수도 줄어들고 있다. 이것은 마스타카드(MasterCard)나 비자(Visa) 등의 경쟁사들이 그만큼 더 강해졌기 때문이었다.한때 아멕스카드는 일종의 ‘지위의 상징’(status symbol)이었다. 즉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카드를 내보이면, 그는 특권층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가치관이 변하면서, 이제는 상류사회니 특권층이니 하는 개념들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이제 지위(status)를 구하기 보다는 ‘현명한 선택’(smart choice)을 했다고 느끼고 싶어한다. 따라서 아멕스카드도 이러한 시대의 분위기에 맞춰 변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아멕스카드가 다음과 같은 속성을 새로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광고캠페인을 기획한다.

혁신(Innovation)

ㆍ값어치(Value for money)

ㆍ현명함(Smartness)

ㆍ계층차별이 없음(Classlessness)

 이렇게 해서 시작된 것이 ‘성공한 사람들 시리즈’(Quality people campaign)이며, 그 내용은 아멕스카드를 쓰는 고객들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의 증언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로 열심히 일해서, 즉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었으며, 아멕스카드의 용도가 다양하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아멕스카드가 기존에 갖고 있던 품질, 서비스, 성공 등의 이미지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잠재고객들로 하여금 이 카드에 대해 호감을 품게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맞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도입한 혁신 가운데 광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회사가 ‘충성관리’(loyalty management)라고 부르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이다. 이것은 회사가 고객들이 언제 무엇에 돈을 쓰는지 알 수 있다는 이점을 이용하여, 고객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정보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고객들의 소비행태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그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한 다음, 각 집단 또는 개인이 필요로 할 것으로 생각되는 정보를 매달 발송되는 청구서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다. 회사는 이렇게 함으로써 이른바 ‘맞춤서비스(personalized service)’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청구서에 특정고객의 흥미를 끌듯한 새 레스토랑의 개점뉴스를 싣는다던가, 또는 그가 자주 방문하는 지역의 호텔에 관한 정보를 청구서에 넣는다. 이렇게 해서 고객들뿐만 아니라 아멕스가맹점들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 대한 애착심을 높이자는 것이 충성관리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 등이 있어서인지 아멕스카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카드의 소지자들보다 카드로 돈을 더 많이 쓴다. 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렇게 고객들의  평균카드사용액이 더 높다는 이유로 다른 카드회사들보다 가맹점수수료를 더 많이 받고 있다. 이 밖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레만 브라더즈(Lehman Brothers)를 비롯한 몇 개의 자회사를 처분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구조조정을 한다. 그 목적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핵심부문인 신용카드 및 재무계획(financial planning)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1994년 9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토마스 쿡(Thomas Cook)의 여행사업부문을 3억7천5백만 달러에 인수함으로써 ‘여행에 대한 낭만적인 사랑’이라는 종래의 상표이미지를 더욱 강화한다. 1991년 아멕스는 미국에서 ‘멤버십마일즈’(Membership Miles)라는 대대적인 충성프로그램(loyalty programme)을 시작한다. 이것은 고객이 카드를 쓸 때마다 점수를 적립하고, 그가 나중에 비행기를 타거나 호텔에 머물 때 그 점수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 프로그램에는 400만 명 이상의 고객들이 참여하였으며, 20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멤버십마일즈가 실시된 첫 해에 이것에 참여한 미국의 아멕스회원들은 카드로 돈을 평균 20% 이상 더 많이 쓴다고 한다. 그리고 그 숫자가 영국에서는 30%로 올라간다! 이 회사는 또 90년대에 들어서서 기업 및 개인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새로운 상품을 이미 내놓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55세 이상의 고객들은 경로카드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것을 가진 사람들은 여행이나 외식을 할 때 할인혜택을 받는다. 이러한 신상품을 개발하는 목적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여지와 융통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과 욕구가 그만큼 더 다양해졌고, 또 그들을 더 적극적으로 만족시켜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이렇게 소비자들의 취향과 욕구가 다양해지고 또 쉴새 없이 변함에 따라 그들이 아멕스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나 그것에서 기대하는 가치도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아멕스라는 상표에 어떤 속성을 새로 입혀야 하는가는 앞으로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계속 부딪힐 과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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