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개념을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혁신기업 BMW

맥주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독일의 뮌헨(M  nchen)은 이 나라 남부의 아름다운 지방 바이에른(Bayern)의 주도(州都)이다. 1972년 올림픽대회가 열린 바 있는 뮌헨의 교외에는 올림픽 주경기장이 있고, 그 바로 근처에 유명한 BMW의 본사건물이 있다. 흔히 ‘4기통’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그 모습 자체가 BMW의 뛰어난 엔지니어링을 매우 잘 상징하고 있다 (그림 IV-1 참조). 그런데 이 건물에는 네모진 사무실이 없고, 그 대신 둥그런 대형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렇게 사무실의 모양이 둥글고 안이 확 트였기 때문에 통풍이 잘되고 실내분위기가 밝다고 한다. 이렇게 밝고 인간미 있는 분위기는 본사건물이 상징하는 고성능 엔지니어링의 이미지와 더불어 BMW의 또 하나의 얼굴이다. 그리고 BMW의 이러한 기업문화는 독일에서도 가장 밝고 라틴적인 분위기가 짙은 바이에른지방의 풍토와 깊은 관계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BMW는 바이에른지방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고, 또 독일회사이기 전에 바이에른의 회사라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한 자부심은 이 회사의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즉 BMW는 Barerische Motoren Werke(바이에른 모터제작소)의 약자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공장이 모두 파괴되었던 BMW는 전쟁이 끝난 후 ‘R24’라고 하는 1기통 짜리 모터사이클로 재기를 꾀한다. 이것이 큰 인기를 모으자, 용기를 얻은 BMW는 1951년  대형고급차 ‘501’모델을 시발로 다시 본격적으로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다.[1]) 그러나 대형리무진의 영업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역시 이 분야에서는 막강한 벤츠(Benz)를 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전쟁후의 독일사람들이 살 수 있었던 자동차는 작고 값이 싼 차였다. 그렇기 때문에 ‘BMW1500'이 등장해서야 비로소 소비자들은 BMW차를 즐겨 찾기 시작한다. 또 독일인들은 오펠(Opel)등의 경쟁사가 만들 수 없는 ’스포티하면서 튼튼한(sporty and solid)' 차를 원했는데, BMW가 바로 그러한 욕구를 만족시킨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BMW는 매우 귀중한 교훈을 얻는다. 그것은 공학적으로 아무리 차를 잘 만들어도 그 차에 뚜렷한 이미지와 철학 즉 제품개념(product concept)이 없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BMW의 제품개념, 나아가서는 경영철학의 형성과정이 시작된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우리 차를 타면 좋은가, 다른 차와 무엇이 다른가, BMW의 차는 무엇을 표현하고 있나? 60년대는 BMW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회사의 철학을 자동차라는 구체적인 제품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노력한 시대였다. 이 때 회사가 주로 힘을 기울인 것은 ’스포티하면서 튼튼한‘ 차를 철저히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BMW는 속도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Autobahn)에서 벤츠를 가볍게 추월할 수 있게 되었으며, 또한 젊고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있는 소비자들이 무척 사랑하는 차로 자리매김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자 BMW는 ‘520’으로 대표되는 5시리즈를 판매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기존의 스포티한 이미지에 비할 데 없는 고급분위기(exclusive)를 덧붙인 아주 새로운 개념의 차였다. 이렇게 고급분위기를 강조함으로써 이제 BMW는 고급승용차시장에서 최대경쟁사인 다이믈러-벤츠(Daimler-Benz)와 매우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두 회사를 대조하여 이야기하는 다음과 같은 말이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즈음부터이다.

 “벤츠는 보수적이며 중후하고, BMW는 자유롭고 젊다.”

“벤츠는 원래부터 부자인 사람들이 타고, BMW는 스스로의 힘으로 부(富)를 쌓아 올린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다.”

그러나 1973년 제1차 석유위기(oil shock)가 닥치자 BMW는 스포티, 고급분위기에 이어 경제성(economy)이라는 이미지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콤팩트(compact)하면서도 중량감이 있는 3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시대분위기에서 태어난 것이다. 그 후 벤츠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BMW는 7시리즈라고 하는 최고급승용차를 개발하여 전통적인 벤츠의 아성에 도전한다. 또 독일인들의 환경의식이 강해지자 경제성의 의미를 한층 더 발전시킨 환경친화(ecology)라고 하는 개념을 자동차에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혁신기업 BMW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늘 그 시절에 맞는 명확한 제품개념을 확립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 결과 최근까지 이 회사의 실적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림 IV-2 참조). 그러나 다이믈러-벤츠가 미국의 크라이슬러(Chrysler)를 인수하고, 스웨덴의 볼보(Volvo)가 포드(Ford)에게 매각되는 등 세계의 자동차 업계는 초대형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BMW는 1994년 영국의 대중용승용차회사 로버(Rover)를 20억 마르크에 인수하여 연간 생산량이 120만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것은 폴크스바겐(Volkswagen)이나 토요타(Toyota)의 1/4밖에 안 되는 수준이며, 르놀트(Renault)나 뿌조(Peugeot)의 절반정도에 지나지 않는다.[1])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로버의 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의 98년도 적자액은 약 8억 7천만 달러에 달했는데 2003년이 되어야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그리하여 이 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감독회(Aufsichtsrat)는 1999년 1월 로버를 인수했던 베른트 피쉐츠리더(Bernd Pischetsrieder) 회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후임에는 뮌헨공과대학 교수출신인 제조본부장 요하임 밀버그(Joachim Milberg)씨를 기용한다. 이것은 그만큼 ‘로버’문제가 심각하다는 뚜렷한 증좌이다. 세계자동차업계가 전면적으로 재편되고 있는 소용돌이 속에서 업계순위 14위의 BMW가 로버라는 부실기업을 안은 채 앞으로도 과거와 같이 화려한 독자노선을 걸을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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